KIMS Periscope 제435호
2026년 이란 전쟁을 통해 본 전략과 대전략의 역설
미국 독립혁명 당시 프랑스는 숙적 영국을 약화시키기 위해 1778년 미국 독립군 편에 참전하여 요크타운 전투(1781)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프랑스 해군이 체서피크만을 봉쇄하여 영국군의 퇴로를 차단했고, 콩발리스 장군의 영국군 8,000명이 항복하면서 사실상 전쟁이 끝났다. 전술적으로는 완벽한 승리였다. 그러나 이 전쟁은 프랑스에 치명적이었다. 참전비용으로 국가 재정이 파탄 났고, 전쟁 중 쌓인 부채는 국채 이자만으로도 국가 세입의 절반을 넘어섰다. 재정 위기를 타개하려 삼부회를 소집한 것이 도화선이 되어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발발했고, 루이 16세는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다. 영국을 꺾으려 한 전쟁이 결국 자국 왕조를 무너뜨린 것이다.
반면 영국은 요크타운에서 패배하고 1783년 파리 조약으로 13개 식민지를 잃었다. 표면적으로는 굴욕적인 패배였다. 그러나 영국은 이 패배를 계기로 대전략을 근본적으로 재편했다. 북미 식민지 통치에 쏟던 막대한 행정·군사 비용에서 해방되었고, 그 자원을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훨씬 수익성이 높은 지역으로 집중했다. 또한 패전의 교훈으로 해군력을 더욱 강화하여 이후 나폴레옹 전쟁(1803–1815)에서 트라팔가 해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19세기 내내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잃은 것은 북미 13개 주였지만, 얻은 것은 전 세계 해양 패권이었다.
조슈아 로브너(Joshua Rovner)의 저서에서 제시된 ‘전략(Strategy)’과 ‘대전략(Grand Strategy)’의 구분은 전쟁의 승패와 국가의 장기적 안보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는 핵심적인 분석 틀을 제공한다. 전략이 단기적인 군사적 목표 달성, 즉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승리의 이론(Theory of Victory)’이라면, 대전략은 국가의 장기적인 생존과 번영, 즉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안보의 이론(Theory of Security)’이다. 이 두 개념을 혼동할 경우, 단기적인 전술적 승리가 장기적인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반대로 전술적 패배가 대전략적 재편을 통해 장기적 번영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본 보고서에선 이 이론적 틀을 2026년 2월 28일에 발발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Operation Epic Fury)에 적용하여 양측의 입장을 분석하고자 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2026년 2월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Operation Epic Fury)을 개시하며 명확한 전술적 목표를 설정했다. 주요 목표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 무력화, 탄도미사일 및 드론 생산 시설 파괴, 해군력 궤멸, 그리고 대리인(Proxy) 네트워크 지원 차단이었다. 초기 군사 작전은 상당한 전술적 성공을 거두었다. 12시간 만에 900회 이상의 공습이 이루어졌으며,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수십 명의 고위 관료를 제거하는 ‘참수 작전’에 성공했다. 백악관과 국방부는 이란 해군이 사실상 기능 정지 상태에 빠졌으며, 미사일 및 드론 생산 능력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적을 어떻게 타격할 것인가’라는 군사 작전 계획의 성공이었다. 그러나 군사 작전의 성공이 곧 국가 전략(대전략, grand strategy)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전략적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의 개입은 베트남 전쟁 당시 겪었던 ‘일관된 대전략의 부재’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와 조지타운 저널 등 권위 있는 싱크탱크들은 미국의 작전이 전술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실패로 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라는 암묵적 목표의 실패다. 미국은 하메네이 암살이 이란 내부의 붕괴나 민중 봉기로 이어질 것을 기대했으나, 오히려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권력을 공고히 하고 이란 사회가 결속하는 결과를 낳았다.
둘째, 중동 지역에서의 동맹국 신뢰 하락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걸프 국가들은 확전을 반대했음에도 미국이 공격을 강행하자, 미국을 예측 불가능하고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는 걸프 국가들이 국방력을 다변화하고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대전략적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셋째, 글로벌 자원 배분의 실패다. 이란에 군사력을 집중함에 따라 인도-태평양 지역과 우크라이나 등 다른 핵심 전략 지역에서의 억지력이 약화되고, 러시아와 중국이 반사이익을 얻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란은 미·이스라엘의 압도적인 공군력과 정밀 타격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군사 시설, 인프라, 그리고 국가 최고지도자가 타격받는 등 전술적 차원에서는 명백한 수세에 몰렸다. 그러나 이란은 2025년 6월의 ’12일 전쟁’ 이후 군사 지휘 체계를 분산시키고 미사일 기지를 재배치하는 등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해 두었다. 이들은 값싼 샤헤드(Shahed) 드론을 대량으로 동원하여 미군과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소진시키고, 지역 내 미군 기지(바레인, 카타르, UAE, 쿠웨이트 등)를 타격하는 비대칭 소모전 전략을 구사했다. 이는 압도적 적을 상대로 전면전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전쟁 수행 비용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이란의 대전략은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을 활용한 수평적 확전과 정권의 생존에 맞춰져 있다.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의 분석에 따르면, 하메네이 암살 이후 이란은 이념에 얽매인 1세대 혁명가들에서 벗어나, 이란-이라크 전쟁을 겪은 실용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2·3세대 테크노크라트 군 지휘관들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이 새로운 지도부는 ‘이념적 혁명’보다 ‘국가 생존’이라는 대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여 전 세계 석유 시장에 충격을 가함으로써, 미국과 서방 세계에 경제적 고통을 강요했다. 이는 군사적 열세를 경제·정치적 레버리지로 전환하여, 상대방이 전쟁을 포기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대전략적 접근이다. 결과적으로 이란은 단기적인 군사적 타격(전술적 패배)을 감수하면서도, 체제 생존과 미국에 대한 억지력 확보라는 장기적 목표(대전략적 승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2026년 이란 전쟁은 조슈아 로브너가 지적한 ‘전략과 대전략의 괴리’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대전의 사례다. 미국은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단기적인 ‘전략적 승리’를 거두었으나, 이란 정권의 붕괴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중동 내 동맹국들의 이탈과 글로벌 안보 자원의 낭비라는 ‘대전략적 실패’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반면 이란은 군사적 타격과 지도부 상실이라는 ‘전략적 패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리더십 재편과 비대칭 경제전(호르무즈 해협 봉쇄)을 통해 체제를 유지하고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대전략적 생존’에 성공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양국은 60일간의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그리고 핵 프로그램에 대한 후속 협상을 포함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종전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전략은 본질적으로 단기적이다. 오늘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곧 시즌 우승을 보장하지 않듯, 이란의 미사일 기지를 파괴하는 것이 곧 중동의 평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전략은 ‘무엇을 파괴할 것인가’에 답하지만, ‘파괴한 이후에 무엇이 남는가’에는 답하지 못한다. 즉, 이에 대한 답은 대전략의 몫이다. 대전략은 전쟁이 끝난 후의 세계를 설계하는 일이다. 군사력만이 아니라 외교, 경제, 동맹 관계, 국제 질서 전체를 아우르는 ‘국가 운영의 큰 그림’이다. 이는 구단주가 이번 경기의 전술이 아니라, 향후 10년간 구단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고, 핵심 선수들과의 신뢰를 쌓으며, 리그 전체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한 장기 운영 계획을 수립하는 것과 같다.
결국 전략과 대전략의 차이는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있다. 전략은 “어떻게 하면 이란의 핵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대전략은 “핵시설을 파괴한 이후, 미국은 중동에서, 그리고 세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야 하는가?”를 묻는다. 즉, 전략은 대전략이 설정한 목적을 구현하기 위한 하위 실행 설계이고, 대전략은 그 전략들이 뒷받침해야 할 국가적 방향 그 자체라는 의미이다.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진정한 승자가 되려면, 이란의 군사능력을 얼마나 더 파괴할 것인지를 묻는 전략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대신 다음과 같은 대전략적 질문들에 답해야 한다. 이란과의 핵 협상이 타결된 이후 중동의 세력 균형은 어떻게 재편되어야 하는가. 걸프 동맹국들과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고, 이들을 미국 주도의 지역 안보 체제 안에 다시 묶어둘 것인가. 중동에서의 전쟁 비용을 치르면서도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어떻게 억지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포괄적이고 일관된 답변이 바로 미국이 지금 당장 수립해야 할 대전략의 핵심 내용이다.
- 약력
원태호 소장은 경기대학교 안전보장학과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 안보정책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대한민국 국방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해군사관학교 제32기로 졸업했다.
군 경력으로는 해군제3함대사령관, 해군사관학교장, 합동참모차장,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 등 요직을 역임하였고, 전역 후에는 국방과학연구소 자문위원과 경남대학교 초빙교수 그리고 세종대학교 석좌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썼다. 현재는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다.
- 국내외 추천자료
- McCausland, Phil, and Mariel Ferragamo. “Trump’s Iran Deal: What We Know, What’s Contested, and What Remains Unresolved.”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June 17, 2026.
- Gordon, Philip H. “How the Iran war will change the Middle East.” Brookings, June 10, 2026.
- Ganzeveld, Annika and Nicholas Carl. “Iran Update Special Report: US and Israeli Strikes, February 28, 2026.” ISW, February 28, 2026.
- 알림
- 본지에 실린 내용은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본 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 KIMS Periscope는 매월 1일, 11일, 21일에 이메일로 발송됩니다.
- KIMS Periscope는 안보, 외교 및 해양 분야의 현안 분석 및 전망을 제시합니다.
- KIMS Periscope는 기획 원고로 발행되어 자유기고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