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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67호

‘불확실성 이름의 안개’는 언제 걷힐 것인가?

― 2017 동아시아 해양안보환경 전망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소  장

이서항

뱃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바다에 안개가 자욱이 끼었을 때 ― 즉, 해무(海霧) 속에서의 항해가 제일 어렵다고. 배가 나가야 할 방향 가늠이 어렵고 좌우상황의 인지가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으나 한반도 망루에서 바라보는 동아시아 해양안보 환경이 꼭 안개가 자욱한 형국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어디 하나 밝게 트인 곳이 없다. 동아시아 해양에 드리운 안개의 원천은 크게 보아 다음과 같은 4개의 불확실성으로 요약된다.

  첫째, 현 단계에서도 대외정책 방향의 예측이 힘든 미국 새 행정부의 출범이다. 새로 선출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선거과정에서도 막말과 상식을 벗어난 공약을 쏟아내어 앞으로 그의 외교정책 방향이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에 대한 예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새해를 1주일여 앞두고 푸틴의 ‘핵능력 강화’ 언급의 대응으로 터진 러시아와의 핵전력 경쟁선언도 외교문제 전문가들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새 대통령의 취임식이 얼마 남지 않았건만 아직도 워싱턴 현지에서는 ‘무엇을 예측하기에 너무나 이를 정도’(too early to tell) 라고 하니 미국 새 행정부의 아‧태정책을 포함한 대외정책 방향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인 것이다. 그나마 확실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과 관여는 대폭 줄이는 대신 일자리 창출과 같은 국내문제에 치중하겠다는 이른바 ‘신 고립주의’를 내세우고 있어 미국의 역할과 참여가 축소된 아‧태지역의 안보상황은 과거와 크게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중국의 해양문제에 대한 공세적인 정책과 태도이다. 이러한 공세적 태도는 해양관련 국제법과 규범을 무시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예를 들면, 중국은 작년 7월 12일 발표된 헤이그 중재재판의 남중국해 관련 판결도 그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이른바 ‘9단선’으로 상징되는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역사적 권원 등을 부정한 중재재판 판결은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법과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여는데 공헌할 것이라고 평가된 바 있지만 중국은 판결을 인정도 수용도 하지 않으면서 자기 방식대로 나갈 것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더 나아가 이미 조성된 남중국해의 인공도서에 대한 군사화 작업도 강화하여 일부 지역에서는 전투기 격납고 시설은 물론 방공망(air defense system)까지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보도된 필리핀 인근 남중국해상에서의 미해군 무인수중 드론(UUV : unmanned underwater vehicle) 절취 및 반환 사건은 앞으로 펼쳐질 동아시아 해양안보상황을 예단케 하는 중국의 공세적 자세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셋째, 필리핀‧말레이시아 등 일부 동남아 국가들의 중요 해양문제에 대한 이중적 태도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필리핀은 중국을 상대로 남중국해 관할권 문제에 대해 중재재판을 제기하여 지난 7월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 낸 바 있다. 그러나 새로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재판결 이후 중국에 양보하는 듯한 해양관련 정책을 펴고 있어 중재판결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과 쟁점이 되었던 스카보로우 모래톱(Scarborough Shoal) 주변 해역에서 필리핀 어민들의 조업을 금지시키는 한편 중국 방문 시에는 미국과 ‘결별’(separation) 하겠다는 언급도 서슴지 않는 등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 제3국 전문가들의 분석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마찬가지이다. 말레이시아는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 중국과 대척점에 서는 입장을 보였으나 지난 10월 나지브 라자크 수상의 북경 방문시 양국간 340억 달러 규모의 투자교역협정 체결 이후에는 종전의 자세를 포기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의 행보를 ‘수표책 외교’(chequebook diplomacy)라고 부르고 있으며 이는 실리에 따라 움직이는 일부 동남아 국가 외교노선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간과할 수 없는 동아시아 해양의 불확실성은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진척과 핵 관련 기술의 변화이다. 우리 정부는 이미 북한이 지난해 8월 25일 SLBM 마지막 단계인 모의 탄도탄 수중 사출시험을 마친 것과 관련, 이를 대단히 심각하고 우려스럽게 판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더 나아가 최근 SLBM을 탑재할 신형 잠수함의 건조와 지상 사출시험을 지속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북한은 지난 9월 제5차 핵실험 감행 이후 핵탄두의 소형화도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루었으며 최근에는 풍계리 핵 실험장 갱도 주변에 인력과 차량이동이 활발한 것으로 감지되어 언제든지 추가 핵실험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됨으로써 해양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의 안보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 해양에 드리운 이 같은 ‘불확실성이라는 이름의 안개’는 과연 언제 걷힐 것인가? 항해의 안전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안 하면서 자연적으로 안개가 걷힐 것을 기다리기 보다는 능동적으로 안개권역을 벗어나는 것이 더욱 긴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주변의 움직임을 보다 정확히 관찰해야 하겠지만 관련국끼리 작은 사안의 해양협력을 바탕으로 보다 큰 협력을 이끌어 내는, 그리하여 ‘협력상승의 나사못’(cooperation spiral) 구실을 하는 공동재난구조훈련과 같은 해양신뢰구축조치(maritime CBMs)의 실행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역내 국가간 신뢰구축과 협력증진을 위한 어떠한 작은 불쏘시개거리라도 찾아야 할 때이다. 이러한 작업이 동아시아 해역에 드리워진 자욱한 안개를 조금이라도 걷히게 하는 소중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이서항 소장(shlee51@kims.or.kr)은 서울대 정치학과∙미국 켄트(Kent) 주립대에서 수학 후 외교안보연구원 (현 국립외교원) 교수∙연구실장과 주뭄바이 총영사를 역임했다. 이 소장은 또한 아∙태 안보협력이사회(CSCAP) 한국위 공동의장∙한국해로연구회장과 남극해양생물보존협약(CCAMLR) 총회의장 등을 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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