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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72호

‘수중드론’ 운용의 문제점

― 국제법적 관점에서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  기  범

지난해 12월 15일 중국 해군은 작은 보트를 이용하여 필리핀 수비크만(Subic Bay)에서 북서쪽으로 약 50해리 떨어진 해역에서 미국 해군 조사선 바우디치(USNS Bowditch)호가 회수 중이던 ‘수중드론’(underwater drone) 1대를 압류했다. 중국은 압류한 수중드론의 반환을 약속했으나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이 훔쳐간 것”이라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면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은 격화되었다. 1주일도 못되어 중국이 압류했던 해당 수중드론은 미국으로 반환되었고, 이 사건은 남중국해를 놓고 미국과 중국 간 반목을 드러낸 작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된 듯하다. 하지만 압류 및 반환을 놓고 양국이 펼쳤던 주장들을 통해 수중드론의 국제법적 지위가 무엇인지는 물론 이 수중드론의 운용이 국제법하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고찰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번에 중국이 압류했던 수중드론은 ‘해양글라이더’(ocean glider) 또는 ‘무인수중항행기기’(UUV: unmanned underwater vehicle)라고도 불린다. 유엔해양법협약 제20조는 “잠수함과 그 밖의 잠수항행기기는 영해에서 해면 위로 국기를 게양하고 항행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잠수항행기기의 존재를 인지하고는 있으나 이 규정은 영해에서 잠수항행기기의 항행 문제에 관한 규정일 뿐이다. 그러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질문은 수중드론이 선박(ship)으로 분류되어야 하는지 여부이다. 이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다면 수중드론도 공해 등에서 항행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결론지어질 수 있다. 하지만 수중드론이 ‘항행’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그 이유는 수중드론은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로 움직이며, 따라서 설령 목표지점이 수중드론에 입력되어 있다고 해도 해류에 의해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항행을 할 수 있다고 다소 억지로 결론짓는다 해도 수중드론이 사람 또는 재화를 수송할 수 있는지는 상당히 의심스럽다. 이는 수중드론이 선박으로 간주되기 어렵고, 따라서 항행의 자유를 향유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수중드론을 유엔해양법협약 제20조에 언급된 ‘잠수항행기기’로 간주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무리가 없을 것인가? 이 또한 ‘항행기기’를 표현하는 단어가 ‘vehicle’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vehicle’은 사람 또는 재화의 수송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엔해양법협약 제258조에 ‘과학조사장비’(scientific research equipment)라는 용어가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정한 목적 또는 활동을 위해 사용되는 물체인 과학조사장비가 과학조사시설보다 ‘작은’ 크기라는 것은 유엔해양법협약 제258조가 과학조사장비와 과학조사시설을 동시에 언급하고 있는 반면에 제260조가 안전수역 설치와 관련하여 오로지 과학조사시설만 언급하고 있는 것에서 추론할 수 있다. 따라서 유엔해양법협약상 수중드론은 ‘과학조사장비’로 분류되는 것이 적절하다.

  수중드론을 과학조사장비로 분류했을 때 해양과학조사를 규율하는 유엔해양법협약 제13부는 수중드론의 운용과 관련하여 몇몇 법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비록 미국은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이 아니나 미국 자신도 유엔해양법협약상 많은 규정이 이미 국제관습법이 되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유엔해양법협약 제87조는 공해의 자유의 하나로 해양과학조사의 자유를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남중국해 중 공해에 해당하는 해역에서 과학조사장비를 운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문제는 관련 해역이 영해 또는 배타적 경제수역에 해당할 경우이다. 영해에는 연안국의 주권이 미치기 때문에 유엔해양법협약 제245조에 따라 영해에서의 해양과학조사는 연안국의 명시적 동의와 연안국이 정한 조건에 따라 수행되어야 한다. 유엔해양법협약 제246조 제2항에 의하면 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해양과학조사도 연안국의 동의를 얻어 수행되어야 한다. 이는 어떤 국가가 해양과학조사를 위해 수중드론을 운용할 때 다른 연안국의 영해 또는 배타적 경제수역에서는 반드시 그 연안국의 동의를 얻어야 함을 의미한다.

  결국 수중드론이 어떤 해역에서 운용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지난 2016년 7월 12일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중재재판소 결정이 없었다면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수중드론을 운용하고 있는 문제와 관련하여 그 해역이 공해인지 또는 배타적 경제수역인지 등의 문제부터 논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재결정으로 인해 남중국해 내 공해가 존재한다는 것이 법적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에 미국이 공해의 자유를 향유하는 차원에서 수중드론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 된다. 다만 유엔해양법협약 제240조가 “해양과학조사는 오로지 평화적 목적을 위하여 수행한다”고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수중드론 운용 목적이 군사적 목적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엔해양법협약 제262조가 “… (과학조사)장비는 등록국이나 소속 국제기구를 나타내는 식별표지를 부착하며, … 안전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제적으로 합의된 적절한 경고신호를 갖춘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는 과학조사장비를 운용할 때 식별표시 부착 의무와 경고신호를 갖출 의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금번 KIMS Periscope 제72호도 2월 11일자로 발행되었습니다.

이기범 박사(syshus@gmail.com)는 연세대 법대 졸업 후 영국 에딘버러대학교(The University of Edinburgh) 로스쿨에서 해양경계획정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본 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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