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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KIMS Periscope 제73호

트럼프 시대 미‧중 전략적 경쟁 및 갈등과 동아시아 정세

― 한국의 과제는?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

신  종  호

올해 2017년 국제정치의 핵심 화두는 미·중 전략적 경쟁 및 갈등과 이에 따른 ‘불확실성(uncertainty)’의 심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평가가 가능한 중요한 이유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관심은 이제 트럼프 시대 미·중 관계의 변화와 그것이 동아시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집중되어 있다.
 
이제 막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의 동아시아 전략과 대중국 정책이 확정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지만,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전략적 견제와 탐색은 이미 시작되었다. 작년 12월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었지만 대만 차이잉원 총통과 전화 통화를 함으로써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만문제’를 건드렸고, 올해 1월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도 ‘하나의 중국’(One China) 원칙을 포함한 모든 것이 ‘협상 대상’(under negotiation)이라는 점을 밝혔다. 또한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 조작국이라고 비판하고 중국제품에 대한 수입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경제적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으며, 외교안보분야 정책결정 라인의 인선 역시 대부분 중국에 대한 견제와 관여를 강조하는 인사들로 구성했다. 이처럼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를 강조해 온 트럼프 행정부는 다양한 전략적 카드를 활용하여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함으로써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평화적 발전’(peaceful development)이라는 대외전략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불필요한 긴장과 갈등은 유발하지 않겠지만, 자국의 정당한 ‘핵심이익’(core interest)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신년사에서 ‘영토주권’과 ‘해양권익’ 수호를 강조함으로써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겨냥했고, 트럼프의 잇따른 ‘대만카드’ 활용 시도를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미·중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중국정부는 올해 처음 발간한 ‘아태지역 안보협력정책’ 백서에서 한·미 양국의 사드배치 결정을 강력하게 비판했고, 지난 1월 9일에는 중국의 H-6K 전략폭격기들이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기도 했다. 이처럼 올해 말 예정된 19차 당 대회를 통해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하려는 시진핑 정부는 중국경제의 이점을 활용하여 좀 더 공세적인 외교전략과 대미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 미·중관계는 상호 ‘전략적 불신’(strategic distrust)으로 인해 ‘강 대(對) 강’의 충돌이 예상되지만, 지역별·이슈별로 전략적 갈등과 협력이 일상화되는 복합적인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미·중 모두 국내문제의 시급성으로 인해 글로벌 이슈(테러·환경·글로벌경제 등)에 대해서는 전략적 협력 기조가 우세하지만, 쌍무적 이슈(대만문제·무역-통상·사이버안보 등)에 대해서는 전략적 갈등 기조가 우세할 것이다. 다만, 동아시아 차원에서는 전략적 협력과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한국·호주 등과의 동맹 관계를 중시하고,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공해전투’(air-sea battle) 전략을 더욱 심도있게 운용할 것이다. 반면 중국은 당분간 현존 패권국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기보다는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 경쟁을 펼칠 것이다.
 
문제는 양국이 동아시아 세력 경쟁 및 영향력 확대 과정에서 한국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을 자국의 세력권으로 포섭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곧 미·중 두 나라가 동아시아 안보 현안(남중국해문제·북핵문제 등)과 관련하여 한국의 전략적 선택을 강요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우리 국방부가 발간한 ‘2016 국방백서’ 역시 중국이 ‘핵심이익’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정책을 추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고, 북한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개발에 대한 대비의 필요성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중 전략적 경쟁과 갈등이 한반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역내 갈등을 대화와 협력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과제가 무엇보다 긴요하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내·외부 위협’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분석을 토대로 한국의 국가이익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외교원칙과 방향을 정립하여 대외관계에 일관되게 적용함으로써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신종호 박사(jonghos@kinu.or.kr)는 한양대 졸업 후 중국 북경대학 국제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국회입법조사처 외교안보팀 입법조사관 · 경기연구원 통일동북아센터 연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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