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S Periscope 제209호
극초음속 미사일의 군사전략적 의미
무기체계 진화는 ‘창과 방패’ 간 끝없는 경쟁 현상이다. 창(방패)이 등장하면 그에 상응하는 방패(창)가 등장하여 창(방패)의 효용을 제한시키는 무한루프가 사라지지 않는다. 진화의 과정에서 핵무기와 같은 ‘게임체인지’급 무기가 돌연변이처럼 등장하여 동시대의 군사전략을 근본적으로 변혁시키기도 한다. 핵무기의 등장과 발전은 군사전략의 목적에서 ‘승리’ 개념을 퇴조시키고 ‘억제’ 개념을 자리 잡게 만들었다. 비록 핵무기의 파급력에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몇 년간 드러난 주요 국가들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과 실전배치 동향은 각 국의 군사력 건설과 운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극초음속 무기는 넓은 의미로 SR-72 등 성층권 중·상부 비행이 가능한 극초음속 항공기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까지 포함할 수 있으나, 통상 마하 5이상의 속력을 지닌 차세대 정밀타격 미사일을 지칭한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극초음속 활공체(HGV: Hypersonic Glide Vehicle)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 Hypersonic Cruise Missile)로 분류한다. HGV는 탄도미사일용 로켓 또는 고고도 항공기를 이용하여 일정 고도까지 상승한 이후 활공비행으로 표적에 돌입한다. 러시아가 2018년 12월 시험에 성공하고 2019년 12월에 배치를 발표한 아방가르드(사거리 6,000km, 최대속도 마하20~27), 미 공군이 올해 시험에 성공했고 내년에 배치예정인 AGM-183A와 2022년까지 개발 완료 목표인 C-HGB, 중국이 시험성공을 주장하며 2019년 열병식에 선보였던 DF-ZF가 대표적이다. HCM은 아음속 대함 및 대지 순항미사일을 대체하는 무기로 초기가속을 위한 부스터와 스크램제트 엔진을 사용하여 극초음속에 도달한다. 러시아가 금년 중 전력화를 추진하는 킨잘(사거리 2000km ~3000km, 마하 10~12)과 2022년까지 전력화 완료가 예상되는 지르콘(사거리 250km~1,000km, 마하 8~9)이 대표적이다. 킨잘은 항공기 탑재용이고 지르콘은 함정에 탑재하는 대함 및 대지 HCM이다. 이들 국가이외에 인도, 프랑스, 호주 일본 등 세계 10여국들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다양한 사거리와 탄두를 지닌 극초음속 미사일들이 머지않은 시기에 기존의 순항미사일들을 대체하며 전장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한다.
극초음속 미사일이 지니는 군사전략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등장 배경을 살펴보고 각국의 대응책들이 도달하는 지점을 추론하여야 한다.
미국은 냉전종식으로 구소련과 전면전 가능성이 낮아졌던 시기에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본격 시작하였다. 그 배경에는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라는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관점에 의하면 국가는 세력균형을 추구하지 않으며, 기회가 주어지는 한 상대방보다 더 많은 세력(power)을 확보하기 위해 상태를 변경시킨다. 1980년대 미국의 전략방위구상(SDI)추진은 핵군축과 상호확증파괴(MAD) 등 세력균형 논리에 기댄 현상유지가 ‘창과 방패의 경쟁’을 무시한 어불성설임을 보여주었다.
미국은 지구반대편에서 전쟁, 분쟁, 테러 발생 시 시간에 민감한 표적(Time Sensitive Target) 또는 긴급대응표적(Time Critical Target)을 신속히 타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였다. 현재에도 이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군사작전의 효과뿐 아니라 군사조치의 정당성을 위해서도 대응의 ‘적시성’과 ‘비례성’은 중요하다. 또한, 대량살상무기 확산으로 인해 선제적 자위권 개념이 채택된 이후에는 무력공격의 “급박성”에 대한 판단과 신속한 대응이 군사작전의 핵심요소로 등장하였다. 미국의 극초음속 미사일들은 24시간 정찰자산들과 결합하여 필요시 신속한 군사적 조치를 가능케 한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과 미국 동맹국들의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상쇄하기 위한 수단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러시아의 아방가르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을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이며, 킨잘과 지르콘은 함정과 육상 기지들에 대한 공격수단이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반접근/지역거부(A2/AD: Anti Access/Area Denial)능력을 강화하고 이 지역에 구축된 미사일방어망 돌파를 위해 개발하고 있다. 중국이 개발 중인 내용을 보면 작전지역내에서 거부를 위한 지역거부(AD)보다는 장거리에서 적의 접근을 막는 반접근(A2)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장점은 짧게는 수백키로에서 길게는 지구반대편에 이르는 긴 사거리와 1시간이내에 지구반대편에 도달할 수 있는 속력이다. 또한, 탄도미사일과 달리 대류권 내를 비행함으로써 조기 피탐 가능성을 낮춘다. 그러나 최초 표적선정 부터 종말유도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외부의 정보제공과 통제에 의존해야 한다. 인공위성, 육상 장거리 레이다, 조기경보기, 무인정찰기 등 첩보수집 자산들과 이들이 수집한 방대한 자료들을 분류·평가·결심하는 C4I 체계가 실시간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방어책은 공격발생 이전에 적의 C4ISR 체계를 무력화시켜 미사일 사용을 차단하는 방안과 공격이 발생한 이후 분산, 위장, 기만, 요격 등으로 대응하는 방안이 있다. 2017년 이후 미국 합참이 합동작전의 핵심개념으로 개발 중인 ‘다전장영역전투’(MDB: Multi-Domain Battle)와 일본이 2018년 방위대강에서 천명한 ‘다차원 통합방위력’과 ‘영역횡단작전’(Cross Domain Operation)은 육·해·공 작전영역이 우주·사이버·전자전 공간과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 미국이 우위를 점해왔던 우주·사이버 공간이 중국·러시아와 경쟁의 공간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현실, 그리고 A2/AD에 대응하기 위해 상대방의 우주·사이버·전자전 공간이용을 차단해야 한다는 당위를 반영한다. 필자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중국 간 전쟁직전 수준으로 위기가 고조되면 미국이 우주·사이버·전자전 영역의 자산들을 동원한 ‘비물리적 타격’으로 A2/AD의 기반이 되는 C4ISR 체계를 일부분 무력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이 조치가 전면전으로 이어질 것인가 여부는 전쟁에 대한 양측의 기대효용(Expected Utility)과 협상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미국의 각 군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한 첨단 정밀유도무기(PGM)들이 전장을 지배하는 A2/AD 환경에서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개념들을 발전시키고 있다. 미 해군이 전력건설 및 운용에 적용하고 있는 ‘분산된 치명성’(Distributed Lethality) 개념이 대표적이다. 스텔스 함정, 합동교전능력(CEC), 다양한 무인함정으로 구성된 유령함대(Ghost Fleet) 등은 PGMs와 대함탄도미사일의 위협으로부터 함정의 생존성을 제고시키며 해양통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들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는 창과 그에 대응하는 다양한 방패들의 대결은 다음과 같은 안보환경을 조성하여 우리의 군사전략 내용과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첫째, 중국과 러시아의 HGV 및 HCM 위협은 한·미 동맹과 한·일 관계에서 우리의 지정학적 가치를 높여준다. 한반도의 조기경보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으면 지구곡면으로 인해 충분한 반응시간 획득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에 배치된 AN/TPY-2를 감시 및 조기경보용으로 대체하거나 추가배치 여부가 미래에 큰 이슈로 등장할 수 있다. 둘째, 극초음속 미사일은 갈등발생에서 전쟁발발에 이르는 ‘갈등-분쟁-전쟁’ 스펙트럼의 길이를 신장(Extension)시켜 전쟁 억제에 기여한다. 예를 들어 핵무기 보유 강대국들 간 재래식 탄두의 아음속 또는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사용한 교전이 발생하고 이를 수습하기 위한 협상이 실패한다면, 그 다음 단계로 전술핵무기 사용이 거론될 수 있다. 그러나 극초음속 무기라는 선택지가 중간에 추가됨으로써 급격한 확전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즉, 극초음속 미사일은 tit-for-tat 행동과 협상의 단계들을 신장시킨다. 2차 대전 이후 등장한 다양한 전략·전술 핵무기들과 정밀유도무기들은 경제적 상호의존 및 정보통신 혁명과 더불어 강대국간 위기가 세계대전으로 비화하는 비극을 막은 요인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위 세 가지 요인들 중 경제적 상호의존만이 존재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세 가지 모두 존재하지 않았다. 셋째, 극초음속 미사일은 군사행동에 수반되는 정치·경제적 비용을 증대시킨다. 무기체계의 치명성이 높아질수록 국가들은 군사적 충돌이 초래할 위험부담을 피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확산은 국가와 비국가, 군사와 비군사, 평시와 전시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하이브리드(Hybrid)전쟁과 회색지대(Gray Zone) 사태를 더욱 조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안보환경은 우리의 군사전략에 민·관·군 협력 증대, 우방국과의 군사협력 강화, 함정과 육상 기지들의 생존성 제고 등 세 가지 과제를 부과한다. 민·관·군 협력 증대는 국가가 감당해야 할 안보위협의 스펙트럼이 확장되었기 때문에 요구되는 당연한 과제이다. 현대국가들은 전면전쟁부터 다양한 비전통적 위협까지 모두 대처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 “게임체인지”급 무기 출현이 그 보다 하위급 무기 또는 비군사적 수단의 사용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국가재원이 한정된 상태에서 안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민·관·군 자산들 간 협력 증대를 통한 시너지효과를 창출해야 한다. 해군·해경 상호운용성 증진을 위한 노력은 민·관·군 협력의 대표적 사례이다.
우방국과 군사협력 강화는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우주·사이버·전자전 능력 배양을 위해 요구되는 과제이다. 우리의 기술수준, 인프라, 재원 등을 고려할 때 이 영역들에서 독자적 추진보다는 미국·일본과 군사협력 확대를 통해 달성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다차원영역 작전의 구현을 위해 미국과 일본이 진행 중인 협력 수준과 내용들은 우리의 협력방안 구상에 좋은 참조가 되리라 생각한다. 함정과 육상 기지들은 극초음속 미사일에 가장 민감함 자산들이다. 미국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미사일 방어체계(HMDS)나 레일건 및 레이저에 의한 방어체계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 PGMs 환경에서 함정들의 생존보장을 위한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개별 함정들의 C4ISR와 방어무기들을 첨단화하는 방법이며, 둘째는 함정들 간 네트워크로 방어체계를 구성하는 방법이다. 이는 개별 컴퓨터의 데이터 저장과 처리능력보다는 클라우드(cloud)와 5G에 의존하는 것과 유사하다. 현실에서는 양 방법의 최적 조화를 지향할 것이다. 함정들은 스텔스와 무인화를 지향하며, 네트워크화 된 방어체계에 의존하게 된다. 스텔스 형상을 지닌 유·무인 함정의 복합구성과 작전수행 방안이 미래 해군작전의 화두가 되리라 예상한다. 그 것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든 우주·사이버·전자전 영역과 분리된 해상작전은 성립하기 어려울 것이다.
- 약력
박주현 박사(irnavy@hanmail.net)는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미해군 병과교에서 대잠전 과정을 연수했으며, 미국 클래어몬트 대학원에서 국제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남원함(PCC-781) 함장 역임후 합참 군사전략과에서 해상전략을 담당했다.
- 국내외 참고자료
- ALAN CUMMINGS. “HIGH SPEED, LOW-YIELD: A U.S. DUAL-USE HYPERSONIC WEAPON.” War on the Rock. September 17, 2020.
- Jacob Parakilas. “Hype or Hypersonic?” The Diplomat. September 16, 2020.
- R. Jeffrey Smith. “Hypersonic Missiles Are Unstoppable. And They’re Starting a New Global Arms Race.” The New York Times, June 19. 2020.
- Richard H. Speier et al. “Hypersonic Missile Nonproliferation.”RAND.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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